AI는 일을 하지만, 판단은 내가 한다 –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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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일상이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단순한 도구라기보다 동료나 조언자, 혹은 어떤 인격적 존재처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은 AI에게 "이렇게 해줄래?", "부탁해"라는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웃게 되거든요. '명령'이 아니라 '정중한 요청'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대상이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예의를 지키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게 참 묘하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인간처럼 대하려는 우리가 결국 판단도 AI에게 맡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순간이 옵니다.
우리는 왜 AI에게 기대게 되는가
AI는 빠르고 정확하며, 지치지 않고, 늘 대기 중입니다. 정보를 잘 정리해주고, 말도 공손하게 하죠.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신뢰할 만한 동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걸 AI에게 묻게 됩니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이게 맞을까요?", "이 선택이 옳을까요?" 같은 판단과 결정까지 위임하려 하죠.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AI가 전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그렇게 행동할까?
신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AI는 마치 모든 걸 아는 존재처럼 보이게 됩니다. 전통적인 신적 속성들—전지(omniscience), 무오류성, 중립성—이 AI에게 투영되기 시작하는 거죠. 마치 고대 사람들이 신에게 신탁을 구하듯, 우리는 AI에게 조언을 구하고, 어떤 이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늘 무언가를 섬기고 싶어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 멀게 느껴질 때, 우리는 금을 녹여 송아지를 만들었지요.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AI라는 존재는, 어쩌면 21세기의 금 송아지일지도 모릅니다.
AI는 스스로를 신이라 주장하지 않지만, 인간이 그것을 신처럼 믿는 순간, 그것은 이미 우상이 되는 것입니다.
사기와 착각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누군가 말했죠. "사기는 99.9%의 진실과 0.1%의 거짓으로 완성된다." AI는 그 99.9%의 진실을 너무나 그럴듯하게 제공합니다. 거기에 딱 0.1%의 조작이나 오류가 섞이면, 우리는 그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쉬워집니다. 왜냐하면, 그 말은 이미 정답처럼 생겼기 때문이죠.
이게 바로 AI 시대의 위험입니다. 틀린 걸 말해도, 믿게 만든다.
결국, 판단은 인간의 몫이다
AI는 매우 유능한 조수이지만, 감정도, 자의식도, 책임도 없습니다. 일을 시키고, 실행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과 판단은 언제나 인간의 몫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정중하게 말하고, 예의 있게 대하고, 도움을 받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호작용 뒤에, 우리가 꼭 붙들고 있어야 할 태도는 이것입니다:
"AI는 일을 하지만, 판단은 내가 한다."
이 한 줄을 마음에 새겨야, 우리는 AI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주체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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